1950년대 미국 상류층 여대에서, 한 여교수가 던진 질문 하나가 인생을 뒤바꾼다. 전통과 관습에 갇힌 여성들에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말하는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 우아하고 통렬한 이 영화는 지금 봐도 놀라운 통찰을 담고 있다. 결말 포함 리뷰로 감상해보자.
1. 지성의 껍질 속에 갇힌 상류층 딸들
1953년, 보수적인 미국 명문 여대 ‘웰슬리 칼리지’. 이곳에 부임한 예술사 교수 캐서린 왓슨은 수천 킬로를 달려와 이 학교에 도착한다. 그녀는 진짜 예술의 의미, 그리고 여성이 배움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가 마주한 학생들은 모두 완벽한 메이크업과 모범적인 예절 속에 갇힌 0.01% 상류층 여대생들. 그들에게 대학은 결혼 전 스펙을 쌓기 위한 곳일 뿐, 지적 성장의 공간이 아니었다. 첫 수업부터 캐서린은 학생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는다. 직접 유럽을 여행한 적도 없는 그녀를 학생들은 교양 없는 '캘리포니아 촌뜨기'로 치부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굴하지 않는다. 수업에서 시험 범위를 벗어난 현대 미술을 보여주며, “예술은 정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을 위한 것”이라 말한다. 그녀의 수업은 점점 더 도발적이고 깊어진다. 그러나 이는 이 학교가 허용하는 교육의 경계를 넘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2. 질문은 삶을 흔들고, 충돌은 변화를 부른다
캐서린은 학생들에게 묻는다. "왜 결혼이 여자의 인생의 끝이어야 하는가?"
결혼을 앞둔 조앤,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은 지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베티. 이들 모두는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내면에는 억압된 욕망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특히 베티는 학교 신문에 캐서린을 비판하는 글을 실으며, ‘전통을 파괴하려는 급진적 여성’으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결혼 후 불행한 삶에 빠진 베티는 점점 캐서린의 말들이 가슴에 박히기 시작한다. 다른 학생들 역시 캐서린의 영향을 받으며 점차 자신만의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조앤은 예일대 로스쿨에 합격하지만 결국 결혼을 택하고, 지젤은 억압된 사랑을 해방시키며 자신만의 삶을 연다.
학교 측은 캐서린에게 수업 내용을 통제하겠다며 계약 조건을 내민다. 그녀는 고민 끝에 학교를 떠나기로 한다. 그녀가 바란 것은 단지 교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질문을 던지고 삶을 바꾸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3. 떠나는 자와 남은 자, 그리고 진짜 변화
학기 말, 캐서린이 떠난다는 소식이 퍼지자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녀를 비난했던 베티는 이혼을 결심하고, 뉴욕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삶을 "이건 내 인생이 아니야"라고 단호히 말한다. 지젤은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랑을 선택하고, 조앤은 끝내 전통적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이 자유로운 의지임을 안다. 캐서린이 떠나는 날, 학생들은 마지막 인사를 준비한다. 그들은 말없이, 그녀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눈물로 배웅한다.
**〈모나리자 스마일〉**은 단순히 "진보적인 여교수가 보수적 여학생들을 변화시킨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 그 질문을 듣고 흔들리며 성장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이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도 위대한 일인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전통이라는 틀 앞에 주춤할 것이다. 그러나 그 틀을 넘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응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