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고스트 디멘션》은 2007년부터 이어져온 시리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편으로, 토비라는 악령이 육체를 얻기 위해 수십 년간 준비해 온 계획의 최종 결말을 그립니다. 새로운 가족과 함께 밝혀지는 과거의 비밀, 그리고 ‘고스트 디멘션’이라 불리는 세계의 진실이 드러나죠. 그러나 그만큼 세계관 붕괴에 대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1.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악령의 흔적
라이언 가족은 평범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부부와 딸 레일라, 그리고 라이언의 동생 마이크, 친구 스카일러까지 총 다섯 명이 함께 모여 연말 장식을 꾸미고 웃음꽃을 피웁니다. 그러나 오래된 창고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디오 카메라’로 모든 공포가 시작됩니다. 이 카메라는 일반적인 영상이 아니라, 유령의 실루엣까지 감지할 수 있는 특수한 기계였고, 그 렌즈를 통해 라이언은 자신들의 공간에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죠. 예전 테이프를 재생하자,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시리즈 1편의 주인공인 크리스티와 케이티 자매의 어린 시절 영상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이미 의식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던 어린 두 자매는 놀랍게도 현재의 레일라의 방을 정확히 묘사하며 마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세계’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영상에서 가장 기이했던 점은, 레일라가 크리스티가 말하던 주문을 따라 한다는 점이죠. 마치 어딘가에 홀린 듯 같은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레일라. 라이언 가족은 단순한 카메라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모든 것이 설계된 운명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살게 된 이 집이 크리스티와 케이티가 자랐던 집을 재건한 장소임을 확인하게 되죠. 토비라는 이름의 악령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한 가족은 집안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며 방어에 나서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집니다. 딸 레일라는 점점 말을 잃고,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듯 혼잣말을 하며 밤마다 어두운 집 안을 배회하게 됩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이 모든 ‘기록’이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지만 고스트 디멘션 렌즈에는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가족의 따뜻한 일상은 점점 어두운 그림자에 잠식당하게 되죠.
2. 유령의 세계와 엑소시즘, 밝혀지는 ‘토비’의 정체
가족들은 마침내 외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신부님을 집으로 초청해 레일라에게 성수를 뿌리는 장면에서는, 단순한 빙의가 아닌 악마의 지시를 받는 수준의 깊은 스토킹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신부는 ‘엑소시즘이 아닌 악마 제거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와 동시에 라이언은 테이프와 영상들 속에서 ‘토비’라는 악령의 실체를 파악하게 됩니다. 토비는 단순한 악령이 아닌,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악마 중 하나로 묘사되며, ‘두 명의 특별한 아이’를 통해 육체를 얻으려는 계획을 수십 년에 걸쳐 준비해 왔던 것입니다. 이 특별한 아이들이 바로 레일라와 헌터였죠. 헌터는 시리즈 초반부터 토비의 목표로 지목된 인물이며, 레일라는 ‘또 다른 재물’로서 이 집에 이사 오게끔 유도된 존재였던 것입니다. 즉, 라이언 가족은 우연히 이 집에 온 것이 아니라, 이미 선택된 희생양들이었고, 이 모든 사건은 1988년부터 준비된 악마의 대계획에 불과했던 셈이죠. 신부와 가족들이 벌이는 엑소시즘은 격렬하게 진행되지만, 토비는 이미 물리적인 세계와 영혼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강력한 존재로 진화해 있었고, 단순한 의식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습니다. 집 안에 설치된 특수카메라로 본 토비의 모습은 이제 구체적인 형태와 손발, 움직임까지 갖춘 실체로 드러납니다. 레일라는 토비의 지시로 점점 더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며, 성경과 묵주를 태우고 가스를 틀어 불을 지르려는 시도까지 감행하죠. 가족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토비의 힘은 날로 강해지고, 마침내 ‘그림 속 문’이 현실과 이어지며 악령의 차원이 열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3. 열린 차원의 문, 그리고 시리즈의 충격적 결말
모든 사건의 중심은 레일라가 그린 그림 속 문이었습니다. 그 문을 통해 그녀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그녀를 따라가려는 부모들 역시 고스트 디멘션이라 불리는 이질적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곳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호하게 얽혀 있는 무형의 차원으로, 케이티와 크리스티 자매의 어린 시절까지 겹쳐진 형태로 펼쳐집니다. 토비는 마침내 완전체가 되어 ‘육체를 가진 악마’로 부활하고, 스카일러, 마이크, 그리고 라이언까지 차례대로 토비에게 당하게 됩니다. 심지어 가족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에밀리마저 고스트 디멘션의 심연에 삼켜지고, 레일라는 영원히 악마의 품에 들어가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성인이 된 토비가 에밀리 앞에 실체로 등장하며 시리즈는 종결됩니다. 이 엔딩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가 초창기부터 쌓아왔던 점진적 공포의 미학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현실 기반’ 공포를 넘어서 초자연적 SF 호러로 급전환되었다는 평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존 팬들 사이에서는 “억지 연결”이라는 혹평도 많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모든 떡밥을 회수하며 하나의 종결점을 찍으려 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CG의 과용, 스토리 개연성 붕괴, 엑소시즘 장면의 진부함 등으로 인해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긴 작품으로 남게 되죠. 특히 토비가 마침내 실체를 얻는 설정은, 과거의 신비하고 모호한 공포에서 직설적인 괴물형 공포로 이동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시리즈의 핵심이었던 ‘보이지 않는 공포’의 미학은 사라지고, 대신 시각적 충격만이 남은 셈이죠. 그럼에도 《더 고스트 디멘션》은 파라노말 유니버스를 일단락짓는 의미 있는 작품이며,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를 시간 순으로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거대한 세계관의 종결자임에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