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6. 15. 15:55

(스톱모션 Stopmotio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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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살점은 누구의 것인가?”
《Stopmotion (2023)》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여성 아티스트가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찾아가던 중, 광기와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이야기를 다룬 심리 공포 영화다.
죽은 살점으로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인형이 움직이고, 살점이 숨을 쉬며, 그녀의 작품은 고기가 되어 탄생한다.
예술과 미친 현실 사이, 그녀가 완성한 마지막 작품은 바로 자신 자신이었다.

스톱모션 포스터

👩‍🎨 엄마의 그늘에서, 나만의 영화로

엘라는 유명한 스톱모션 아티스트였던 어머니 밑에서 평생을 어시스턴트로 살아왔다.
심한 관절염으로 손을 쓰지 못하는 엄마 대신 인형을 조작하고 영상을 편집하지만, 늘 완성은 엄마의 이름으로 귀속된다.
창작의 주체가 아닌 수족으로만 살아온 엘라는 점점 숨이 막혀온다.
자신의 목소리, 감정, 아이디어는 늘 엄마의 “검열”을 통과해야 했고, 예술은 점점 악몽이 되어간다.
그녀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오랜 억압은 창작의 뿌리마저 잘라냈다.
그 갈증은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무언가로 엘라의 안에 고여가고 있었다.

💀 어머니의 붕괴, 그리고 미지의 이야기

엄마가 쓰러진 후, 엘라는 새로운 작업실로 피신하듯 옮겨간다.
오래된 아파트, 텅 빈 방, 낡은 바닥과 곰팡내 가득한 공간이지만, 처음으로 누구의 시선도 없는 자기만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곧 환청과 악몽으로 가득 찬다.
밖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노래, 알 수 없는 그림자, 정체불명의 소녀—그녀는 엘라에게 다가와 “진짜 이야기”를 알려준다.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된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 제안은 곧 육체를 가진 주문처럼 그녀를 사로잡는다.
죽은 고기를 이용한 인형, 생생한 질감과 잔혹한 사실성.
그것이야말로 예술이라는 이름의 지옥이었다.

🧠 광기의 창작, 그리고 자아 분열

고기를 깎아 만든 인형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꿈틀거린다.
엘라는 점점 현실과 작품의 경계를 잃어간다.
인형은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말하고, 손을 잡고, 꿈속에 들어와 엘라의 살점을 뜯는다.
현실에서도 그녀의 육체는 밀랍처럼 녹아내리고, 머릿속은 소녀의 이야기에 잠식되어 간다.
엘라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제는 작품을 위해 무엇이든 바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이건 내 영화야… 내 고기, 내 살점, 내 이야기.”
이 한 마디가, 그녀의 마지막 인간다움을 지우는 선고가 된다.

🔪 고기와 인형, 그리고 최후의 폭주

도움을 청하러 온 친구 폴리와 남자친구 톰마저 그녀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살점을 벗기고, 머리카락을 뽑고, 인형의 틀에 하나씩 그들의 흔적을 꿰매어 넣는다.
이제 엘라의 영화는 피와 고기로 빚어진 공예품이다.
죽은 이들이 그녀의 필름 안에서 다시 살아나고, 웃고, 움직인다.
그녀의 손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진실이었다.
작업실은 살점으로 뒤덮이고, 카메라는 마지막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엘라는 자신을 인형으로 삼아 마지막 프레임을 찍으며 삶을 마감한다.

🎬 마무리: “나는 고기다, 그리고 이것은 예술이다”

《Stopmotion》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창작자와 피조물, 억압과 자아, 예술과 광기의 경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인형’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자아의 조각이며, 고기는 창작자의 피와 고통 그 자체다.
모든 프레임이 움직일 때마다 엘라는 자신을 한 겹씩 벗겨낸다.
예술이란, 결국 자신의 일부를 갈아 넣는 일이라는 말처럼.
그녀는 진짜 ‘자기 이야기’를 완성했지만, 대가는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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