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예술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벨벳 버즈소》는 예술이 어떻게 돈의 논리에 휘말려 타락하는지를 공포 장르로 풀어낸 독특한 작품입니다. 미술계를 배경으로, 저주받은 그림과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벌이는 이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지금, 그 공포의 전시회로 초대합니다.
🎨 1. 자본주의가 물든 예술계, 그리고 공포의 시작
《벨벳 버즈소》는 미술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포 영화입니다. 배경은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 그리고 LA의 고급 갤러리들. 작품을 사려는 수집가와 팔려는 예술가, 그리고 중간에서 수익을 챙기려는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들이 얽힌 이 세계는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그 속내는 끝없는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인공 모프는 날카로운 필력으로 미술계를 좌우하는 비평가입니다. 그는 자신을 예술의 기준이라 여깁니다. 갤러리 관장 로도라는 한때는 밴드 활동을 했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돈이 되는 작품만을 찾는 냉정한 사업가입니다. 큐레이터 조세피나는 기회를 노리는 야심가로, 이 세계에서 더 올라가고 싶어 몸부림칩니다.
이런 이들 앞에 한 노인의 죽음이 벌어지고, 그의 집에서 수백 점의 기이한 그림이 발견됩니다. 그림의 주인은 ‘디즈’라는 이름의 생전 무명 화가. 그는 학대와 트라우마 속에서 작품을 남겼고, 죽기 전 자신의 그림을 전부 파괴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조세피나는 이 유언을 무시하고 그림을 몰래 빼돌립니다. 곧 로도라와 모프는 이 그림에 상업적 가치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전시 및 판매에 나섭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그림들이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디즈가 남긴 작품들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깃들어 있고, 그것을 손에 넣은 이들 하나둘씩 기이한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맞게 됩니다. 예술이 아닌 저주를 거래하게 된 이들의 세계는 이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 2. ‘예술’인가 ‘상품’인가? 디즈의 저주와 인간의 욕망
디즈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작가의 분노와 고통, 심지어 실제 피가 스며든, 말 그대로 혼이 담긴 그림입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토해냈고, 죽은 뒤에도 그 감정은 그림 속에 살아남아 복수의 도구로 변합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인물들은 이런 진정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그림이 주는 ‘돈의 가치’일 뿐입니다.
브라이슨이라는 작품 운반자는 그림에 홀려 정신을 잃고, 갤러리 관계자들은 이 그림이 가진 저주의 조짐을 무시한 채 판매 전략만 짭니다. 심지어 로도라는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디즈의 일부 그림을 창고에 감춰두기까지 하죠. 하지만 그런 조작은 오히려 화를 키웁니다. 그림은 점점 더 강력한 존재가 되어, 인간의 오만함을 하나씩 짓밟아갑니다.
모프는 그림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디즈의 과거를 추적하지만, 오히려 그 진실 앞에 무너집니다. 조세피나는 연인이 된 작가의 영향으로 예술계에서 더 큰 위치에 오르려 하지만, 그녀 역시 디즈의 저주 앞에 무력하게 사라집니다. 로도라는 집안의 모든 그림을 파괴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만, 이미 저주는 퍼질 대로 퍼져 있습니다. 디즈의 작품은 경매장을 넘어 세계 각지로 흩어지며 새로운 피해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예술은 결코 돈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인간의 욕망은 창작자의 혼을 오염시키고, 결국 그 대가는 파멸이라는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이 교훈을 명확하게 각인시킵니다.
🧨 3.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친다"는 세상을 향한 조롱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강렬하고 씁쓸합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블랙코미디가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예술계, 아니 현대 자본주의 사회 전반을 날카롭게 풍자한 핵심 메시지입니다. 디즈의 작품이 실제로 뛰어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죽은 뒤 '이야깃거리'가 생기자 모두가 환호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림을 소유하려 했습니다. 본질은 무시되고, 포장만 남은 세상. 그 포장마저도 결국 죽음을 부르는 함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벨벳 버즈소》는 단순한 공포 영화 그 이상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소비하는 예술, 문화, 명성이라는 것의 실체를 되묻습니다. 그것은 진짜 감동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화려한 외피를 쓴 공허한 콘텐츠인가?
영화 속 인물들은 결국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끝내 깨닫지 못합니다. 디즈는 살아생전 철저히 외면당했고, 죽어서야 그 ‘스토리’ 덕분에 주목받았습니다. 이 구조는 실제 예술계나 미디어 업계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죽어서 유명해진 예술가’, ‘논란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콘텐츠’… 이 모든 것이 지금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벨벳 버즈소》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리고 공포라는 장르의 탈을 쓴 채, 예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소비와 착취, 명성과 돈의 환상을 해부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진짜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값붙은 허상을 소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