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가정. 누나 제이드는 약에 중독된 동생 맥스를 다시 살리기 위해 그를 방에 가둬 치료를 시도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이 극단적 선택은 도덕과 책임, 가족애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던진다. 영화 『히 에인트 해비』는 중독과 가족 간의 고통스러운 유대를 진정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금, 무너진 가족의 서사]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 동생 맥스의 모습을 보며 제이드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정신과 재활치료도, 엄마의 무조건적인 감싸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조부모의 빈 집을 청소하는 척하며 동생을 데려온 제이드는 그를 방에 가두고 마약 기운이 빠지길 기다린다. 맥스는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제이드는 굴하지 않고 최소한의 음식과 약만을 제공하며 그의 회복을 기다린다. 이런 극단적 결정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 필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맥스의 반응은 격렬했다. 벽을 부수려 하고, 자해를 시도하며 누나를 절망케 했다. 그럼에도 제이드는 끝까지 동생을 지키려 한다. 그러던 중 엄마 베브가 이 상황을 알게 되며 갈등이 극대화된다. 베브는 아들을 짐승처럼 가둔 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그간의 실패와 무력감을 공유하며 딸의 방식에 일말의 이해를 표한다. 이 영화는 폭력, 분노, 후회, 그리고 무력함이 얽힌 가족 드라마로서 감정의 총체적 충돌을 보여준다.
[갈등의 정점, 진실과 책임의 무게]
맥스가 과거 폭행 혐의로 수배되었단 사실이 밝혀지며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엄마 베브는 딸 제이드를 의심하고, 감금 상태를 끝내려 하지만 제이드는 망설임 끝에 다시 맥스를 가둔다. 이 선택의 반복은 그녀의 절박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사랑의 무게만으로는 중독이라는 괴물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태건이라는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제이드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녀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감당하려 했던 자신의 선택을 돌아본다. 그리고 맥스도 마침내 누나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두 남매는 비로소 화해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서, '책임'과 '사랑'의 경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생을 짊어질 수 있는가? 영화는 그 답을 직접 제시하지 않지만, 관객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진정한 회복이란, 도망이 아닌 직면에서 시작된다]
결국 경찰에 자수하기로 한 맥스는 감옥이 아닌 진정한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제이드는 오랜 시간 짊어졌던 짐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부모의 집을 정리하고, 드디어 자신의 삶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장면은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랑한다면,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점이다.
감독 데이비드 빈센트 스미스의 장편 데뷔작 『히 에인트 해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다. 단순한 중독 영화가 아닌,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희생하고도 끝내 마주해야 했던 현실에 대한 고백이며, 치유의 시작은 책임의 수용에서 비롯된다는 뼈아픈 진실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게 풀어낸 연출력은 관객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